1999년부터 코드를 짰습니다. 지금은 중학생 아들에게 이걸 가르칩니다

1999년부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올해로 27년째입니다.

문법을 외우고, 환경을 설정하고, 오타 하나에 반나절을 태우고, 남의 코드를 읽으며 욕도 하고 배우기도 하면서요. 그 과정 자체가 제 정체성이었습니다. 코드를 직접 짤 줄 아는 것 — 그게 이 일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을 가르는 선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회의적이었습니다. AI가 코드를 짜준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고, 실제로 써보면 그럴듯한 껍데기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또 그런 종류의 과장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붙잡고 며칠 써보고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무엇이 충격이었나

오해를 먼저 걷어내겠습니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매일 코드를 읽고, 설계를 고민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의심합니다. 규모가 크고 정확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사람이 깊이 이해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사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은 지점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27년 동안, 비개발자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늘 같았습니다. “이런 거 만들려면 뭐부터 배워야 해요?” 가계부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싶다, 사진 파일 이름을 한꺼번에 바꾸고 싶다, 동호회 회비 정산 페이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제 대답도 늘 같았습니다. “음… 코딩부터 배우셔야 하는데요.”

정직했지만 잔인한 대답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원한 건 30분이면 끝날 작은 도구 하나였는데, 제 대답은 6개월짜리 학습 계획이었으니까요. 대부분은 거기서 포기했습니다. 저는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7년 동안요.

그 전제가 무너지는 걸 본 겁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한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으면 문법도, 환경설정도, 디버깅도 AI가 대신 넘어갑니다. 개인이 쓸 작은 도구, 간단한 웹페이지, 반복 작업 자동화 — 이 영역에서는 코드를 한 줄도 모르는 사람이 결과를 냅니다. 제가 27년간 “안 된다”고 답해왔던 그 사람들이요.

27년간의 대답과 지금의 대답 비교
같은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쌓은 게 무의미해져서 충격이었던 게 아닙니다. 제가 27년간 못 도와준 사람들이 이제 스스로 할 수 있게 돼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얼굴이 중학교에 다니는 제 아들이었습니다.

아이는 개발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예전 방식으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문법을 외우고 예제를 따라 치는 그 구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재미가 없으니 학습도 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이 일을 하는데도, 저는 그 벽을 넘겨줄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만들고 싶은 건 분명한데, 거기까지 가는 길에 관문이 너무 많았던 겁니다. 지금은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일단 만들어 보고 → 되는 걸 확인하고 → 재미를 느끼고 → 궁금해지면 그때 안을 들여다봅니다.

코딩 학습이 부족한 중학생도, 바이브 코딩으로는 원하는 걸 만듭니다.

이건 제 아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코딩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걸 알리는 일을 합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전도사고, 솔직히 말하면 그냥 신나서 떠들고 다니는 중입니다.

도구

제가 쓰는 건 클로드 코드(Claude Code)입니다. 챗GPT 창에 코드를 복사·붙여넣기 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 컴퓨터 안에서 AI가 직접 파일을 읽고 쓰고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터미널에 claude라고 치고 한국어로 말하면 됩니다.

클로드 코드로 지출 목록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한 실행 화면
지출 목록을 넣자 카테고리별 합계가 나왔습니다.

아래는 제가 비개발자 지인들에게 실제로 알려주는 프롬프트 3개입니다. 그대로 복사해서 쓰시면 됩니다.

비개발자에게 알려주는 프롬프트 3개 요약
아래에서 프롬프트 전문을 공개합니다.

1. 가계부 정리기

카드 내역을 붙여넣으면 카테고리별로 합계를 내줍니다.

한 줄에 “항목, 금액” 형식으로 적힌 지출 목록을 읽어서, 카테고리별 합계와 전체 합계를 표로 보여 주는 파이썬 스크립트를 만들어 줘. 카테고리는 내가 항목 이름을 보고 알아서 분류해 줘.

개발자 눈으로 볼 때 이 프롬프트의 핵심은 마지막 문장입니다. “알아서 분류해 줘.”

예전이라면 카테고리 분류는 규칙을 하나하나 코딩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카페, 이마트는 장보기… 이 매핑을 사람이 다 채우고, 새 가게가 나올 때마다 또 채워야 했죠. 그 지겨운 작업이 문장 하나로 사라집니다. 비개발자가 얻는 가장 큰 이득이 여기 있습니다 — 규칙을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것.

만든 다음엔 “월별로 나눠서 보여 줘”, “막대그래프로 그려 줘”처럼 한마디씩 붙이며 키워 나가면 됩니다.

2. 파일 이름 일괄 변경

사진 300장 이름을 순서대로 바꾸는 일. 손으로 하면 한 시간입니다.

이 폴더의 모든 .jpg 파일 이름을 “여행_001.jpg”, “여행_002.jpg”처럼 순서대로 바꿔 주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줘. 실행하기 전에 어떤 파일이 어떻게 바뀌는지 먼저 목록으로 보여 주고, 내가 확인하면 진행해 줘.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뒷부분입니다. “먼저 목록으로 보여 주고, 내가 확인하면 진행해 줘.”

27년 하면서 몸에 밴 원칙이 하나 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은 반드시 미리보기를 거친다는 것입니다. 파일 이름 변경, 삭제, 덮어쓰기 — 한 번 잘못 실행되면 복구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AI는 시키면 정말 시원시원하게 해버립니다. 그래서 이 습관이 예전보다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초심자일수록 이 한 문장을 프롬프트에 넣는 습관부터 들이시길 권합니다. 중요한 폴더라면 복사본에서 먼저 시험하고요.

3. 한 장짜리 소개 페이지

가게나 개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웹페이지.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링크로 보낼 수 있습니다.

내 베이커리를 소개하는 한 페이지 웹사이트를 만들어 줘. 상단에 가게 이름과 한 줄 소개, 가운데에 메뉴 3개, 아래에 위치와 영업시간을 넣고, 따뜻한 베이지·갈색 톤으로 디자인해 줘.

클로드 코드로 만든 베이커리 한 페이지 소개 사이트
말로 설명한 대로 나온 결과물입니다.

‘베이커리’ 자리에 본인 업종을 넣으면 됩니다.

요령은 구조와 톤을 같이 말해 주는 것입니다. “예쁘게 만들어 줘”는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반면 상단·가운데·아래에 각각 무엇이 들어갈지 배치를 지정하고 색감까지 얹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사람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와 똑같습니다 — 요구사항이 구체적일수록 결과가 좋아집니다.


잘 안 될 때

한 번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상황이렇게 말해 보세요
결과가 너무 복잡함“표를 더 간단하게, 핵심 3개 열만 남겨 줘”
숫자 형식이 이상함“금액에 천 단위 쉼표를 넣어 줘”
파일을 못 찾음“이 폴더에 어떤 파일이 있는지 먼저 보여 줘”

바이브 코딩은 명령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신입에게 일을 맡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 번에 완벽을 기대하지 않고, 방향을 잡아 주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요청합니다. 27년간 사람과 해오던 걸 이제 AI와 하는 셈입니다.

솔직하게 두 가지

하나, 도구는 무료지만 AI는 유료입니다. 클로드 코드 설치는 무료지만 안에서 작동하는 AI는 유료 구독이 필요합니다.

둘, 터미널을 한 번은 열어야 합니다. 검은 화면이 낯설 수 있는데, 실제로 하는 건 설치 명령어 한 줄 붙여넣는 것뿐입니다. 여기서 포기하는 분이 의외로 많은데, 넘어가면 그다음은 전부 한국어 대화입니다.


그래서 책을 썼습니다

같은 설명을 반복하다 보니,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파일이 무엇인지, 프로그램이 어떻게 실행되는지,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은 왜 조심해야 하는지 — 이런 최소한의 감각이 없으면 어느 순간 반드시 막힙니다. 27년간 봐온 사고들이 대부분 그 지점에서 났습니다. 그래도 기초는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외울 것을 늘리는 책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알려주는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중학생인 제 아들이 혼자 읽고 따라올 수 있을 것.

그래서 “이 정도는 알겠지” 하고 넘어간 부분이 없습니다. 터미널을 여는 법부터, 명령어 한 줄을 어디에 붙여넣는지, 에러가 났을 때 그 빨간 글씨를 어떻게 읽는지까지 다 넣었습니다. 개발자가 보면 답답할 만큼 친절합니다. 그게 의도입니다.

『클로드 코드 바이브코딩 바이블』, 81페이지입니다. 터미널 설치부터 만든 걸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까지, 제가 지인들에게 알려주던 순서 그대로 담았습니다. 위 3개는 13장 “실전 레시피” 열 개 중 일부입니다.

여기 쓴 3개는 열 개 중 일부입니다. 나머지도 하나씩 이 블로그에 풀어놓을 생각입니다.

이 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 입문서가 『바이브코딩 바이블』입니다. 클로드 코드 편과 코덱스 편이 있는데 내용은 거의 같으니, 쓰시는 도구 쪽으로 한 권만 고르시면 됩니다. 두 권 다 필요 없습니다.


다음 글

다음에는 터미널이 무서운 분들을 위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포기하는 지점이 정확히 거기더군요. 검은 화면과 5분 만에 친해지는 법을, 스크린샷 하나하나 붙여서 정리하겠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카카오 오픈채팅으로 오세요. 질문하고, 만든 걸 자랑하고, 같이 막힌 데를 뚫는 곳입니다.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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